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게 정말 끝난 일인가’였다
40대 가장으로 살다 보면 물가라는 게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는 걸 매일 체감하게 된다. 라면 한 봉지, 식빵 한 봉지, 아이들 간식 하나까지도 결국은 원재료 가격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이번 밀가루 담합 적발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단순한 기업 제재 이상의 문제로 받아들였다. 시장의 기본 질서를 흔들고, 그 부담을 결국 가정과 소비자에게 떠넘긴 사건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조동아원,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7개 제분사가 장기간 밀가루 판매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혐의로 총 6천710억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담합 기간은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6년에 걸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 정도면 단순한 가격 협의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조직적 행위로 보는 것이 맞다.
국내 밀가루 시장을 사실상 좌우한 과점 구조
이번 사건이 더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이들 7개사가 국내 기업 간 거래, 즉 B2B 밀가루 시장에서 87.7%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과점사업자들이었기 때문이다. 한쪽으로 쏠린 시장에서는 경쟁이 살아 있지 않다. 경쟁이 약하면 가격은 쉽게 굳고, 소비자는 선택권을 잃는다. 가장으로서 이런 구조를 보면 늘 걱정이 앞선다. 결국 부담은 식품 제조업체를 거쳐 가정의 장바구니로 옮겨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들이 2006년에도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고 봤다. 더구나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지원한 471억원의 보조금이 지급되던 시기에도 담합이 이어졌다는 점은 매우 뼈아프다. 국민 세금이 투입된 시기에 오히려 가격 왜곡이 계속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단순한 법 위반을 넘어 신뢰의 문제로 봐야 한다.
시장점유율 87.7% ■■■■■■■■■■■■■■■■■■■■■■■■■■■■■■
과징금 6,710억4500만원 ■■■■■■■■■■■■■■■■■■■■■■■■
보조금 471억원 ■■■■■■
가격은 오르고, 내려갈 때는 늦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공정위가 지적한 대목은 단순히 “가격을 올렸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원맥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판매가격 인상 폭과 시기를 맞췄고, 반대로 원가가 내려가는 시기에는 인하 반영을 늦췄다는 점이다. 이런 방식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참 불공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올라갈 때는 빠르고, 내려갈 때는 느리면 결국 손해는 한쪽에만 쌓이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담합이 시작된 2019년 12월과 비교해 2022년 9월 밀가루 판매가격은 제분사별로 약 38%에서 최대 74%까지 상승했다. 숫자만 봐도 충격적이다. 단기간의 일시적 변동이 아니라, 장기간 담합이 가격에 깊게 반영됐다는 의미로 읽힌다.
가정경제를 오래 책임져 온 사람이라면 이런 수치를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밀가루는 직접 먹는 재료이기도 하지만, 빵·과자·면류처럼 생활 전반에 파급되는 원자재다. 결국 한 품목의 가격 왜곡이 여러 식품군으로 번지는 구조다. 그래서 공정위가 이 사건을 민생 침해로 본 것이다.
55회의 회합, 그리고 조직적으로 맞춰진 가격
담합은 우연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번 사건에서도 대표자급과 실무자급 회합이 총 55회나 있었다고 한다. 영업본부장 이상이 큰 틀의 합의를 만들고, 영업팀장 등 실무자들이 세부 내용을 맞추는 방식이었다. 이런 구조는 기업 내부의 역할 분담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담합을 더 정교하게 만든 장치로 볼 수 있다.
공정위는 이들이 대형 수요처인 농심, 팔도, 풀무원 등에는 밀가루 공급가격과 물량을 조정했고, 중소형 수요처와 대리점 등 전거래처를 대상으로도 가격 담합을 했다고 밝혔다. 담합은 총 24차례에 걸쳐 진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정도면 일회성 실수가 아니라 반복성과 계획성이 뚜렷한 행위다.
| 구분 | 내용 |
|---|---|
| 담합 기간 | 2019년 11월~2025년 10월 |
| 담합 횟수 | 총 24차례 |
| 회합 횟수 | 총 55회 |
| 시장점유율 | 87.7% |
| 과징금 | 6천710억4500만원 |
가격 재결정 명령이 왜 중요한가
이번 사건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이다. 담합으로 왜곡된 가격을 각 업체가 다시 산정하도록 하는 시정조치인데, 공정위가 이를 부과한 것은 이번이 역대 세 번째라고 한다.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이후 20년 만에 다시 적용되는 셈이다.
나는 이 조치가 단순히 행정명령 하나로 끝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가격 재결정 명령은 “예전처럼 서로 맞춰서 가격을 정하지 말고, 정상적인 경쟁 기준으로 다시 시작하라”는 메시지다. 특히 밀가루처럼 국민 먹거리에 직접 연결되는 품목에서는 이런 강한 조치가 필요하다. 공정위는 향후 3년간 밀가루 가격 변경 현황을 연 2회 보고하도록 하는 명령도 함께 내렸다. 감시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겠다는 뜻이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의 발언도 무겁게 들린다. 그는 민생과 밀접한 품목에 대한 담합은 더 강하게 감시하고 엄중히 제재하겠다고 했다. 이런 태도는 당연하다. 시장이 한 번 무너지면 복원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민생과 밀접한 품목에는 실효적인 행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적극적으로 경쟁을 회복하는 조치로서 가격 재결정 명령을 포함시켰다.”
가정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업 뉴스가 아니다
공정위는 관련 매출액을 약 5조6900억원으로 산정했다. 또 법령상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어, 이론상 최대 1조1600억원 규모까지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 메시지다. 담합으로 얻는 이익보다 훨씬 더 무거운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은 검찰 기소와도 맞물려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관련 혐의로 제분 7사 중 6개 법인과 임직원 14명을 기소했다. 공정위 조사와 검찰 수사가 함께 움직였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그만큼 사안의 중대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가장으로서 나는 이런 사건을 볼 때마다 한 가지를 되새긴다.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가 떠안는다는 사실이다. 특히 먹거리 가격은 가계지출에 바로 영향을 준다. 아이들 간식, 아침 식사, 외식 비용까지 줄줄이 흔들린다. 그래서 이런 담합은 경제범죄이면서 동시에 생활을 흔드는 민생 문제다.
이번 과징금이 단순한 벌금 이상의 의미를 가지려면, 제재 이후의 관리가 중요하다. 가격 재결정 명령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보고 의무가 형식에 그치지 않는지, 그리고 같은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는지 끝까지 봐야 한다. 시장은 한번 왜곡되면 스스로 바로잡히지 않는다. 누군가 강하게 개입해야 한다. 이번 사건이 그 사실을 다시 보여줬다.
